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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관리자 Date 2016-04-23
Subject 교역부진 이유: 중국 부품 국산화, 제4차 산업혁명?
Contents •
교역 부진, 글로벌 경기침체 전조냐 아니냐 논란 확산
크루그먼 "무역 둔화는 구조적…부정적 해석할 필요없다"
수출의존 신흥국 경기부진 초래해 선진경제 타격 반론도
• 문재용 기자
• 입력 : 2016.04.22 16:06:41 수정 : 2016.04.22 17:58:34

◆ In-depth Plus / 무역 저성장 고착화한 이유는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항은 올해 물동량이 전년 대비 3%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찰스턴항 물동량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하지만 그나마 찰스턴항은 나은 편이다. 컨테이너 취급량 기준 세계 2위인 싱가포르항, 독일 대표 항구인 함부르크항은 지난해 모두 물동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올해 전망도 비관적이다.

해운산업 조사기관 드루리(Drewry)는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무역 침체 현상을 '뉴뉴노멀(new new normal·신신기준)'로 표현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항만 업계 물동량 성장률이 수년 전부터 반 토막 나는 뉴노멀(new normal)에 이어 반 토막 난 성장률이 다시 반 토막 나는 뉴뉴노멀의 도래를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이토록 길고 끊임없는 부진은 본 적이 없다"며 올해 세계 무역 규모 성장률 예상치를 2.8%로 발표한 상태다. WTO 전망이 현실화되면 올해까지 세계 무역 규모 성장률은 5년 연속 3%를 밑돌게 된다. 지난 30년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전 세계 경제가 각국 간 무역 활성화로 전례 없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만큼 무역 침체는 세계 경제성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 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경제 침체의 결과물이자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증가율이 한풀 꺾인 것과 관련해 시장은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 부진과 같은 경기 사이클 요인 외에 장기화되는 무역 침체에 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같은 경기 변동 요인과 상관없이 글로벌 무역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신글로벌 산업 구조가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기 요인 외에 장기 무역 침체가 구조화되는 이유로 우선 공급사슬 단축 현상을 지목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늘고 있다. 공급사슬은 상품이 생산돼 최종 소비자에게 갈 때까지의 생산·판매 전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원자재를 확보해 부품을 생산하고, 이들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한 뒤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 과정까지가 모두 공급사슬에 포함된다.

1990~2000년대에는 하나의 상품을 생산할 때 원자재·부품·조립 등의 과정에서 각국 간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교역 규모가 확 늘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 발전과 수입 대체 확산으로 한 나라에서 모든 생산 과정을 전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공급사슬의 길이가 짧아지고 교역 필요성도 줄어든 상태다. 2013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수입하던 TV 패널을 4년 전부터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중국 가전업체 TCL은 더 이상 TV를 생산할 때 한국에서 TV 패널을 수입할 필요가 사라졌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부품 다수를 한국산에서 자사 부품으로 대체한 중국 스마트폰 부품업체 오필름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산 완성품에 투입되는 해외 부품 비중이 1990년대에는 60%에 달했지만 현재 35% 수준까지 확 떨어졌다.

해외 아웃소싱에 올인했던 선진국들이 확대된 공장 자동화를 기반으로 리쇼어링(reshoring·저임금을 좇아 해외로 나간 공장이 다시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에 나서면서 무역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도 교역 규모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3D프린터를 통해 제트엔진 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2020년까지 10만개의 부품을 3D프린터로 만들 계획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올 유인이 크게 줄어들었다.

세계 경제 구조가 정보기술(IT) 중심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도 영향을 줬다. 미국 시가총액 1~3위 기업은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다. 페이스북(6위)과 아마존(9위)까지 합치면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 중 절반이 IT기업이다. 이들 IT기업은 막대한 매출·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무역량 증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IT 기업 대부분이 판매하는 제품은 절대적 사이즈가 크지 않고 실물재화보다는 데이터와 관련된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간 데이터 이동량은 초당 290테라바이트로 2008년 대비 20배 이상 폭증했다. 이처럼 경기 사이클적인 요인 외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전 세계 교역 증가율이 둔화된다는 점에서 무역 부진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역량이 줄어들더라도 심각한 경기 부진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무역이론을 통해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는 "무역 성장세가 구조적인 이유로 한계에 다다른 것이기 때문에 무역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가지고 굳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 때문에 무역 침체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면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수출이라는 성장동력을 잃은 개발도상국 경제가 무너지면 선진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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