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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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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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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황금 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가
조형래 산업2부장 ; 입력 : 2016.07.19 06:06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핀란드를 '유럽의 새로운 병자'라고 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가 북유럽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다음에 위기를 겪을 유력한 후보로 핀란드를 꼽았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시장조사 자회사인 BMI리서치도 그리스를 이을 위기 국가로 핀란드를 지목했다. 지난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침체에 빠진 핀란드 경제의 향후 10년 평균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북유럽의 강소국(强小國)으로 불렸던 핀란드가 온 국민이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와 비교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양호한 국가 신용도와 재정 건전성을 가진 핀란드가 유럽의 병자로 떠오른 데에는 노키아의 몰락이라는 환부(患部)가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제조기업으로 칭송받았던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의 뒷덜미를 10년 넘게 잡아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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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키아가 배출한 개발 인력을 활용해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창업 붐을 일으켰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중 최초로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린 앵그리버드가 나왔고, 모바일 전략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내놓은 수퍼셀은 단숨에 매출 2조원대 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는 거기까지였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핀란드의 혁신 능력을 과시하긴 했으나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작년 핀란드 게임 산업의 총매출은 24억유로(약 3조원)로 2007년 노키아 전성기 매출의 4.7%에 불과했고 게임 산업의 고용 인원은 노키아가 창출한 자국(自國) 내 고용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핀란드 실업률도 최근 10여년간 최고 수준인 10.8%까지 치솟았다.
우리가 창조경제의 본보기로 삼는 이스라엘도 연간 700여개씩 생겨나는 스타트업을 제조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팔려나가며 성장을 이끌고 있으나 대규모 고용을 짊어질 제조 기반이 약한 탓에 전체 국민 중 빈곤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에서 최고 수준일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이 청년 실업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킬 좋은 대안이지만 제조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그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이 변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올리고 임원들의 연봉 상한을 정하고 오너의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직도 세상 민심(民心) 읽지 못하는 일부 대기업 오너의 행태를 보면 정치권에서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속 시원해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한국의 경쟁력은 제조업에 있다. 그 근간을 흔드는 짓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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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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