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야권의 희망으로 다시 떠오른 안철수 교수는 정치를 하더라도 특정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겠다고 하였고 진영논리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하라고 하였다. 사안의 옳고 그름보다 내편이냐 네편이냐를 가지고 찬성 반대를 결정하는 진영논리는 한국사회를 잘 드러내는 키워드이다. 이 견지에서 이번 총선을 보면, 진영논리를 넘어선 정당은 승리하였고,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한 정당은 패배하였다.

좌편향의 진영논리에 선 정책들은 한미FTA반대, 해군기지 반대를 핵심으로 하여, 재벌해체, 부자세, 파생상품규제, 서비스개방 반대, 반시장주의, 민영화반대, 무상복지, 중소상권 보호위한 영업 규제 찬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대로, 우편향의 논리에 선다면, 한미FTA찬성, 해군기지 찬성, 재벌옹호, 감세, 금융시장규제 반대, 서비스시장 개방 찬성, 자유방임시장주의, 민영화 찬성, 유상복지, 인위적 영업 규제 반대 등으로 정리된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공약들은 위의 좌편향 논리에 거의 그대로 같았던 반면, 여당 측을 보면 과거 한나라당의 정책 입장은 위의 우편향 논리에 거의 그대로였던 반면, 새누리당의 정책 노선은 좌와 우를 넘나드는 것들이 상당히 보임으로써 진영논리에서 탈피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복지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왔던 것에서 더 나아가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와 주식투자 이득에 대한 과세와 부자세 등을 들고 나왔고, 재벌에 대한 일정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고, 중소상권 보호 위한 규제까지도 끌어 안았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칼라를 진보라고 보는 사람의 비율이 30% 가까이 나온 것을 보면, 이런 변신은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득표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후되고 신뢰도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분야로 인식되어온, 정치권은 이제 고정적 진영논리를 넘어서, 합리적 정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몸싸움을 막는 국회선진화법도 필요하지만, 진영논리를 넘어서, 국민의 입장에서 입장을 정하는 것이 선진적 정치의 핵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합리적 정책 입장을 가졌던 정치인도 정당을 바꾸거나 입당하면 진영논리에 따르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니 그런 정치인과 그를 강요하는 정당의 신뢰성은 바닥일 수 밖에 없다.

한편, 모든 기준을 서구 선진사회에 두고 그 잣대로 후발국 한국을 잔인하게 재단하는 일군의 입장들도 ‘친 서방’ 진영논리라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미식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하여 전문화하는 경영을 하니, 오너가 경영하고 다각화하는 한국기업은 열등하다고 보거나, 영미권 경제가 최고로 개방되어 있으니 후발국들도 바로 자국산업 보호하는 산업정책을 하지말고 무조건 개방하면 성장이 될 것이라는 주장, 국제결제통화를 가지지 못한 후발국들에게 선진국 수준의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하여 외환위기로 몰고 가는 논리 등이 바로 그런 예들이다. 이런 서구진영논리는 먼저 독자적 경쟁력을 키운 다음에야 전문화할 수 있으며, 토착산업을 키운 다음에야 개방할 수 있다는 후발국의 현실을 인정 못하는 또 하나의 서구진영의 논리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서구편향의 입장들이 겉으로는 객관적 가치중립적 타당성이란 논리로 치장되어있지만 속으로는 서구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다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한국사회를 강타한 소액주주 보호론도 그 아름다운 이름의 이면에는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 중심의 경영을 하여 이를 고액배당으로 뽑아내고자 하는 월가의 금융자본의 계산이 놓여있다. 소위 한국사회가 주주중심 경영을 채택한 이후 KT같은 주인 없는 기업일수록 고배당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오너 주도의 과잉투자에 대한 견제의 대가는 저투자와 저성장으로 귀결되었다.